양평에 제대로 폭설이 내렸습니다.
이쪽으로 이사와서 몇번의 눈이 내렸지만
이번 만큼 많이 온적은 없었던것 같아요.
보통 마을에서 제설작업 들을 해 주셔서 항상 말없이 도움을 받았는데
오늘은 도저히 제설기 소리가 멈추지 않아 옷과 장화를 신고 나왔습니다.
발목 위까지 푹푹 쌓인 눈을 보니 오전에 제설 작업 한 뒤에도 불구 하고 마치 시계가 다시
거꾸로 돌아 간것 처럼 깨끗하게 수북히 쌓였습니다.
남편이 아들을 서울로 데려가서 할아버지 댁에 데리고 가려고 오는 중인데 영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긴급히 여기 상황이 어떻냐며 전화가 와서 그렇게 심한가 하고 나와 보니
하남에서 팔담댐 넘는 구간에서 엄청난 교통 정체가 일어나고 차가 헛바퀴를 돌며 앞으로 나가질 않아
남자들 서 넛 이 차 한대가 눈에 박혀서 열심히 밀고 있다는 속보를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앞에 계속 계속 쌓여 있다고 생각 하니 차가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었고
결국 하남에서 팔담댐을 넘지 못하고 후퇴 하여 경기도 회사집으로 돌아 갔고, 저랑 아들은 이곳에
꼼짝 없이 갖히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열심히 제설기가 돌아 갔고, 자기 집 앞을 열심히 쓸고 계시는 모습들을 보았지만,
저는 안일하게 집 관리인 분께서 항상 제설기로 집 앞 눈을 깨끗히 정리 해 주셔서 그냥 펑펑 내리는 눈을 감상 하다가
남편의 속보를 듣고 엉금 엉금 나와 보았습니다.
오전의 제설작업이 무색해 질 만큼 언제 치웠냐는 듯이 소복히 쌓인 눈들을 보니,,,,
한편으론 모든 눈에 보이는 더러운 것을 하얗게 덮어서 가려버린 눈들처럼
내 마음속에 더러운 것들이 저렇게 하얗게 쌓여 과거의 일들이 보이지 않게 숨겨져서
아무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잊혀 질 수 있을까? 하는 감상적인 생각을 하다가....
현실은 집 앞 눈 치우기는 내 몫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빗질을 열심히 했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높게 쌓이 눈을 빗질로는 감당 할수 없어서
관리인 분이 제설기로 열심히 바람으로 눈을 치워 주시며 자잘한 눈들이 남아 얼어 버리면 위험하기에
쫓아 다니면서 열심히 쓸면서 쫓아 다녔습니다.
현재도 제설작업은 계속 되는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음
아침부터 몇 차례나 제설 작업을 하시는 것 같은데 한번 치운 눈 위로 또 눈이 쌓이고
아내 분이 미끄러져서 얼굴을 심하게 쓸리셔서 그런지 정성스레 쉬지 않고 집 앞쪽과
경사진 곳의 눈을 치우시는 동네 주민 분이십니다.
저랑 아들이랑 열심히 쫓아 댕기면서 빗질 하면서 동네 주민으로 가까이 사는데
처음으로 안면을 트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차로 9분
주인 아저씨가 임의적으로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식료품등을 사려면 문호리 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19분 정도가 소요 됩니다.
지금은 전시 사항 처럼 차로 혹은 걸어서도 나갈수 없는 상황이고 , 일단 집에 있는 음식 식료품들이 떨어지면
정말 ,,,,라면으로 버텨야 되는데 라면도...얼마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눈 치우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세상이 모두 멈춰버린 느낌
집 밖에서 뭔가 열심히 해야 하는 부담감이 없는
이유 있는 휴식,,,은 워킹홀릭 증상이 있었던 저에게는
명분있는 갖힘이 약간은,,,,,,,오히려 평안을 줍니다.
신년에는 서울 친정 집에도 가야 하고 이곳 저곳 인사 다녀야 하고,,,
체력이 약한 운전을 무서워 하는 저에게는 부담이 있는것이 사실 이었고
이유 있는 집 밖은 위험해!! 상황이 실제로 닥치니,,,당당히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새해 전야에는 뭔가 멋진 곳을 가야 하는데,
카운트 다운은 누구보다 멋지게 기억에 남게 해야돼....
라는 등등의 누구도 시키지 않은 혼자만의 의무감(?) 모든것들이
이유있게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유있게 조용히 집에서 잠잠히 새해를 맞이 할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저에게는 한편으로 평안한 위안이 됩니다.
무인도에 갖혀 오가지 못하는 상황이
무섭기는 커녕,,,,,평안을 주는 저같은 마음이 계신 분도 계실까요????
처음으로 겪는 대 폭설과 내가 눈을 치워야 하는 책임감
남자 들이 군대에서 눈오면 제설 작업으로 힘들었던 일등을 이야기 할때 공감이 어려웠는데
어떤 느낌인지 이제야 알것 같습니다.
쓸고 쓸고 또 쓸어도 다시 처음부터 다시 쓸어야 하는 그 끝없는 무한 반복 작업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군인분들 존경 합니다.
다른 곳들은 지금 상황이 어떨까요?
몇몇 아는 지인들이 눈길에 넘어 졌다고 하니
우선 안전을 위해 외출을 삼가 하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적당한 눈이 올때 기쁘게 눈싸움 하고 눈사람 만들었는데
눈이 이렇게 풍성히 오니,,,,눈 놀이는 할 생각도 나지 않네요.
돈도 그럴까요?
없던 돈이 조금 생기면 기뻐서 무엇을 살까? 즐거운 고민이 생기고
처리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이 생기면 그냥 여유롭게
바로 뭔가 사고 싶지도, 사야할것 같지도 않은 그런 여유로움 인가요?
2023년 마지막은 눈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해야 할꺼 같습니다.
못 만나는 가족 친척들에게 내년에 만날것을 약속 하면서 아들과 제설 작업 하느라
언 몸을 매콤한 떡볶이로 달래려 합니다.
모두들 운전 조심, 눈길 조심, 안전하게 새해 맞이 하시길 바랍니다.^^